새해맞이 시 모음 / 최택만
새해맞이 시 모음
새해의 시 / 김사랑
새날이 밝았다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그 태양은 아니다
겨울 산등성이로 불어가는 바람이
지난밤에 불던 바람이 아니다
독수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땅에 꽂았다
산양은 절벽의 바위를 뛰어올라
산정을 향한다
우리가 꾸는 행복은
내일을 향해 뻗어있고
사랑하는 심장은
겨울에도 장미처럼 붉었나니
이루지 못할 꿈은 어디에 있던가
나의 하루의 삶이
나의 인생이 되듯
흘러 지난 세월은 역사가 되나니
다시 나의 소망을 담아 꿈을 꾸나니
가슴은 뜨겁고
나의 노래는 날개를 매단 듯 가볍다
이 아침에 돋는 태양을 보라
이글거리며 타는 태양은
나를 위해 비추나니
고난 속에 시련이 온다해도
나 이겨내리니
그대 소망하는 바 더디게 올뿐
언젠가 다 이루어지리니
우리 함께 달려 가보자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가만히 귀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 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 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은 아침이여!
솟아오르는 희망으로
천길 바다 속 햇살을 길어 올리네
풀 먹인 마음으로
다듬질한 생각으로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아침이여!
말씀마다 뜻 있고 뜻마다 삶의 양식 되니라
한 알의 씨앗으로
한 해의 꿈을 심는 아침이여!
믿음의 뿌리마다
곧고 반듯한 기도가 되니라
새해 아침 우리는
소망 아닌 것
행복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행복과 강녕을 생활에 담으며/최택만
경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동해의 검푸른 파도를 뚫고
백두대간의 산하를 넘어서
태양이 힘있게 솟았습니다
새해 웅장하게 솟은 태양처럼
지혜롭고 기민한 흰쥐처럼
개혁과 변화 그리고 번영이 있으며
힘이 샘솟는 한 해가 되길 빕니다
세계에서 정이 많은 우리에겐
서해의 작열하는 석양처럼
끊없는 열정과 화해가 충만하고
정의와 자유가 넘치길 기도합니다
어느 해보다 극심했던
이념과 갈등의 파고를 넘어
행복과 강녕을 생활에 담으면서
사랑과 평화의 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효석 최택만 전 서울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