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설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 효석 최택만

봉은 2020. 1. 24. 05:55

설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설날을 뒤돌아 보면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설빔, 새 신발, 새 음식, 넉넉한 세뱃돈까지 주렁주렁 달래 나온다. 어린 시절의 설은 최대의 명절이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까치 까치 설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작사 작곡가의 작품으로 대표작은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반달, 설날, 고드림 따오기 등이 있다. 까치는 노래 그대로 그대로 길조다.


어린 시절에는 설을 앞두고 손꼽아 설을 기다리며 섣달그믐날은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아침에 눈망은 초롱초롱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가마솥의 황톳빛 엿물에는 깨를 넣어 강정을 튀겨내고, 맷돌은 돌고 돌려 도토리묵을 만들어내었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누나의 손길은 겨울꽃 같은 만두를 빚고, 그렇게 떡과 전, 산적 등 세찬 장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달콤한 조청에 말랑말랑한 떡을 찍어 먹으면 쫀득한 맛에 입안이 가득하고 정말 꿀맛이었다.


그 설맛 이제 온데간데 없다. 지금은  해외여행이다, 귀성이다 하며 연일 신문과 방송이  대서특필이다. 하긴 설날이 다가와도 가슴이 울렁이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때만큼 맛있지 않다.

초가집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산등성을 넘어 서녘으로  넘어 가던  옛 풍광은  사라졌고 나이테가 하나 둘 많아지면서 마음도 무디어지고 입맛도 굳어져 버린 것일까?

설날 하루만이라도 풍요롭고 넉넉한 그 옛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이면 설날인데 오늘 새벽에 글을 쓰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며 추억을 되새겨 봤다.


회원님들!  역사적으로 경자년 새해는 개혁과 변화가 많은 해라고 하니 꿈과 희망을 품고  우리의 고유 명절을 맞으시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강녕하고 다복한 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효석 최택만  시인,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 교수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