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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최택만

봉은 2020. 3. 2. 08:02

10여년전 미국 여행 중의 일이다 어느 날 인디아나주 브르밍톤시의 한거리를 지나가는데,두 남자 아이가 다가왔다 그들은 열 살쯤 보였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종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에는 "소아마비 친구를 위한 모금 운동"이라고 씌어 있었다.

 

작은 아이가 무턱대고 내 구두를 닦으려 하자 옆의 큰 아이가 예의 바르게 질문했다 "어느 나라 분이세요 브르밍톤이 좋으신가요 다른 나라에도 소아마비란 병이 있나요? 누가 그 사람들 한테 병원비를 주지요"

 

작은 아이가 내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잠시후,구두를 다 닦은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 보았다 나도 빙그레 웃으며 구두를 닦은 값으로 얼마를 주어야 할지 물어 보았다.

 

"주시고 싶은 대로 주세요 1달러만 주셔도 돼요"

 

나는 5달러를 그 아이의 가슴에 달린 모금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들은 마치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힘차게 외쳤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 홍백색의 다리 모양이 그려진 종이배지를 내 옷깃에 달아 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이 배지를 보면, 내가 기부했다는 것을 알고 구두를 또 닦아주겠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가슴에 똑같은 모양의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마주쳤다 그들은 신호등 앞에 있었고, 식료품가게로 들어가기도 하고, 화려한 옷가게에서 나오기도 했다.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들은 나눔의 진정한 참 뜻을 알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선물은 마음이지,

결코 지갑이 아닙이다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우리의 정성입니다".. E. B. Browning(1806~1861)

 

최택만 대한언론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