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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깍 뒤집힌 경찰서와 기자실(5)/최택만

봉은 2020. 3. 7. 17:36

발깍 뒤집힌 경찰서와 기자실

 

오후 12시 30분에 나오는 우리신문 사회면을 보자 내가 쓴 기사가 톱으로 실려있었다. 제목이 " 100억대 마약 밀수" 커다랐다. 어렵지 않게 쓴 기사가 톱이라니 내 가슴이 덜렁덜렁 뛰었다.

 

기사가 나간 뒤 경찰서가 발깍 뒤집혔다. "어떻게 1급 비밀문서가 기자에게 자세히 흘러 나갔느냐"는 것이다. 서장은 자기가 몇마디 밖에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형사과장 역시 몇마디 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신문에 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하여튼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고, 다른 경찰관들은 "나는 그런 기사 준 일이 없다"며 면피하기에 급급했다. 형사과에는 1급 문서유출 경위를 조사하는 전답반까지 생겼다. 그러나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느니 조사는 아무런 진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상급기관인 경찰국에서도 그 경위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는 것 같았다.

 

다른 신문사는 신문사대로 난리가 났다. "그렇게 큰 기사를 왜 빠트렸느냐"고 남대문 출입기자에게 호통을 치며 따진다. 그 당시 각 신문사는 경찰서 기자실에서 전화를 돌리면 사회부에서 받는 직통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신문 저 신문사에서 전화가 와 기자실은 전쟁이 난 듯 했다.

 

기자들이 서장실에 올라가 "어떻게 서울신문에만 기사를 주었느냐"며 항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서장이 나를 보자고 해서 서장실로 가니까 나한테 "어 기사를 썻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 말할 수 없

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생명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시간이 가니까 조용해 지는가 싶더니 타사 기자들이 무슨 꿍꿍이른 부리는 것같았다. 내가 기자실에 들어가면 떠들고 애기하던 것을 멈추고 아무말도 하지않는 것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그 날이후 기자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