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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집권 세력의 급진(急進)을 우려한다

봉은 2020. 4. 21. 09:06

코로나로 크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 국가들 대다수가 국민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 한 언론 기고문에서 코로나19로 세계 질서가 과거의 성곽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 간의 연대는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에서 먼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성공 사례로 보고 찬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성공이 현 정부의 탁월한 지도력 때문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이 성과는 이전 정부들이 구축한 훌륭한 의료보장 시스템과 국민 안에 내재하는 "규범과 절제에 기반한 도덕 사회의 힘"이 더해진 결과라고 믿는다. 특히 국가와 시장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는 국민의 인내와 협조,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의료 산업의 사회적 봉사정신이 만든 것이다.

방역을 위해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적극 실천한 국민, 코로나 신속 진단 키트를 적시에 양산 공급한 제약·바이오 기업들, 그리고 감염병 확산 통제와 확진자 치유를 위해 말 그대로 온몸을 던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과 의료진의 모습은 눈물이 나도록 감동하고 감사하다. 이러한 도덕 사회는 숱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우리를 지켜 온 기반이 주춧돌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그 어떤 재난 구호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가 우리를 덮칠 것이다. 폐업과 실업률은 이미 치솟고 있다. 이 두렵고 막막한 상황에 맞설 최후의 비방(秘方)은 우리 내면의 힘일 수밖에 없다. 인내, 절제, 나눔, 봉사 등의 규범들이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공동체의 적(敵)은 이 생명 같은 규범을 훼손하는 이들이다. 지난 선거는 스스로를 자해하는 정치 집단들의 막말, 선동, 적개심으로 또다시 얼룩졌다. 자화자찬도 모자라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걸 갚아 주겠다는 언동 앞에 할 말을 잊게 한다.

 

4.15 총선 이후 압승한 여당내 일부는 속도를 내라고 보채고 있다. 그러나 집권 세력에 가장 위험한 길은 선거에 도취되어 급진화하는 것이다. 검찰, 법원을 마음대로 하거나 조국을 복원시키려 하면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후한 표를 준 것은 정권 후기 국민의 삶을 위해서 매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