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은 권력의 대변자인가?
한국언론은 권력의 대변자인가?
요즘 4.15선거 부정 논쟁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윤미향 사건 등의 진실이 밝혀지기 보다는 정부와 여야 정당이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면서 통합보다는 더 깊은 갈등과 대립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국민들은 하루빨리 사건의 정확한 실체와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 사건들을 취재 보도하는 국내 언론과 기자들은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 기자(UPI 통신사, 여기자)의 저돌적인 취재 자세와 정확한 보도를 본받기를 권유하고 싶다. 그녀는 50년간 백악관 출입기자를 하며 10명의 미국 대통령들에게 직설적인 돌출적 질문을 던져 곤혹스럽게 만든 기자다.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대통령들은 헬렌 토머스 기자의 질문에 난감하기 일쑤였고 워터게이트, 베트남전, 이란 대사관 인질 사건, 이란-콘트라 게이트,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걸프전 등의 사건에서 미국 대통령들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알리는데 갖은 노력을 해왔다.
그녀는 권력에 냉정하면서 또 다른 기자들의 권력에 대한 애매한 태도에서 비판을 서슴치 않는 기자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미국 대통령들의 생각은 오바마가 첫 취임 후 그녀에게 첫번째 질문을 할 기회를 주며 “내가 진짜 취임하는 순간이네요”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미국 대통령이라면 꼭 거쳐 가야 하는 통과의례적인 기자였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하기보다는 권력의 입이 되려 노력하는 한국의 언론.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 노력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기자들이 많다.
90세까지 백악관 기자실 맨 앞자리에 앉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던 헬렌 토머스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을 알아내고 알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질문도 무례하지 않다’라는 노(老) 기자의 고언은 한국의 기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노 기자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언론이라는 것을 역설하곤 했다. 언론이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사명과 책무보다는 권력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우리 시대 언론은 무엇이고 기자란 무엇인가를 언론, 기자들은 깊이 자성하기 바란다.
2020년 5월 22일
최택만 대한언론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