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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지 않는 사람...김남조/효석

봉은 2020. 8. 14. 08:05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 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 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수 없습니다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에 까지
지켜 주는 이 됩시다

 

여성시의 선각자들은 흔히 불행과 파국의 삶을 견디다 간다. 그들은 삶의 불행과 파국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상처와 환멸의 ‘시’를 얻는다. 개화기에 태어나 식민지 시대에 활동한 탄실 김명순이 그렇고, 일엽 김원주와 정월 나혜석이 그렇다.

시대를 너무 앞지른 그들의 자유 지향적인 삶의 태도는 방종으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그들은 유교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라는 당대 사회의 지배적 윤리와 규범의 완강한 새장 속에 갇힌 새들이었다.

뒤를 잇는 노천명과 모윤숙은 극단적인 남성 중심주의에 따른 몰이해의 벽을 넘어서기는 하지만 식민지 시대의 부역이라는 원죄를 뒤집어쓴다. 그러나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남조(金南祚, 1927~ )는 선각자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적인 신을 향한 사랑을 노래한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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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도와 인습이 강요하는 불행으로부터 비켜나 있으며, 친일 부역자라는 원죄를 뒤집어쓰지도 않는다. 1960년 네 번째 시집 『정념(情念)의 기(旗)』를 펴낸 그는 가부장제의 억압 밑에서 한과 슬픔의 정서를 인고(忍苦)로 물리친다.

김남조는 1927년 9월 26일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 학교 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의 큐슈(九州)여고를 나온다.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서울대학교 문예과를 수료한다.

시 '가고오기 않는 사람은 구도적 사랑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효석 최택만 시인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