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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의 자화상/효석

봉은 2020. 9. 20. 17:07

한 노인의 자화상

 

삶의 구비 구비를 돌아온 노인이

새로 태어난 건물의 외벽

흰 페인트 도장(塗裝) 지켜보고 있다

 

벽에 그려진 당찬 한 마리의 소와

휘청이는 두 다라로 버티고 선 노인은

건물의 그늘 그림자에 완전히 갇혀 있다

 

오래 오래 끌고 온 육신은 일과성이다

균열이 있으나 손대지 못한다

다만 침묵이 노인의 몫으로 남아있다

 

일생을 품어왔던 어떤 일으킴이

어쩌면 마지막 석양이거나

절벽 앞에선 환영인지도 모른다

 

효석 최택만 교수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