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 좋은 아버지"/효석
"요령 좋은 아버지"
부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 갔다. 표를 파는 사람이 "어린이는 몇살이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나이를 속여서 말했다. 덕분에 공짜로 들어가게 된 아들이 아버지를 보고 말한다.
"나도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영악해질래"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한다.
이런 때 어린이는 아버지로부터 고지식하게 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런 어린이가 자란다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면서도 조금도 양심에 가책을 안 느끼게 된다.
지난 주말 고속도로는 종일 차로 붐비고 있었다. 그러나 버스 전용차선만은 한산했다. 그러자 일부 승용차는 버스전용차선에 끼어들어 질주하는 얌체족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는 어린이들을 태운 차도 많다. 그 어린이들은 법을 어기고 있는 아버지를 책할 것인가? 아니면 "요령 좋은" 아버지에게 박수를 칠 것인가?
법을 어긴 아버지들은 자기 아들이 자라서 어떻게 될 것인지도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의 불법을 배우고 자란 아들들이 법을 어기고 산다면 그 손자도 아마 법을 어기고 살 것이다. 이런 세상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미국은 공익 광고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동화(童畵)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이의 정직성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중 고등학교 교과에 공민 생활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도덕시간이 없다. 입시위주 교육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얼마나 못된 교훈을 남겨주고 있는지 자성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아이들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도 나 몰라라하는 것을 한번 쯤 되새겨보기 바란다.
2020년 10월 8일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