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하루/효석
한강이 장마 비로 흙탕물살이 거세지만 평소에 한강은 잔 물결을 띄며 유장(悠長)하게 흐른다 평소 눈에 담기는 잔물결은 나에 게는 자기반조(自己返照)를 일으킨다.
이런 때면 나도 모르게 구상시인의 오늘의 묵상이 떠오른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이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가 된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하략)
영원과 하루에 대해 쓴 구상의 이 시에는 그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 신앙의 우물에서 퍼 올린 물맛이 나는 시이다 이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다.
그의 시 영원과 하루를 생각하다 보면 '영원과 하루'라는 영화가 연관되어 떠오른다. 이 영화는 그리스 명감독 앙겔로폴리스사 만든 영화로 전편이 사랑하나로 꼭차 있다 때로는 사랑과 죽음이 섞여 짜이지만 이 죽음 역시 사랑을 조영하는 죽음이다.
그러니까 사랑안의 죽음을 그린 영화이다 주인공은 알렉산더라는 시인이다 가장 순수한 미적 시어를 찾아 끝없없는 길을 헤매는 방랑자이다 아름다움을 찾아 길없는 길을 가는 구도자다 그의 구도에는 길동무가 있다 사랑이다 그는 사랑과 손잡고 구도의 길에 오른자이다.
시인은 시어 자아와 사랑혼을 찾아헤멘다 그의 자아는 방랑에서 만난 작은 꽃에서 사랑을 본다. 어느 평론가는 영원과 하루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불멸의 시어를 찾아 평생을 헤맨 시인 알렉산더, 죽음을 앞두고 흩어진 마지막 여행을 떠난 그는 드디어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발견한다" 고
어느 선사(先師)는 "참된 영원은 하루의 흐름 속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가 영원이다는 뜻이다. 오늘 님을 만나 영원을 누고리 싶다.
2020년 11월 4일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