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에 정부의 개입 (2)
의결권 행사의 정부 개입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오너 경영자를 갈아치운 일은 벤처기업들에서는 더러 있었지만 굴지의 대기업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투자한 기업이 97개나 돼 재계가 받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금운용위원회와 주주권행사여부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20명 중 5명이 현직 장차관이고, 위원장은 공단의 이사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이런 구조에서 의사결정에 청와대나 장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대한항공에 대해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투자를 하든 경영에 참여하든 수익성과 안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전문성이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정치성이 끼어든다면 십중팔구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은 현 정부 들어 수익률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이 비효율적인 투자와 기금관리 소홀로 지적되고 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단일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한 국가 주식시장의 6% 이상인 곳은 우리 국민연금이 유일하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개입할 경우 눈치 안 보고 활동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주주의결권 참여는 ‘사회적 공헌’을 내세워 시작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금 주주제는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다. 다름 아닌 연기금의 수익성 제고와 사회 공헌이라는 목적 간에 충돌하는 의사결정 구조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주주기업의 가치 제고를 견인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의문에 대답은 노(NO)다.
최택만 교수신문 주필,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