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문학 기행/황석영...해질무렵/최택만

봉은 2019. 8. 3. 08:31

해질 무렵(양장본 HardCover) 

석영님의 소설 해질무렵은 두명의 인물이 각각 주인공으로서 화자의 역할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주인공인 박민우는 서울의 달동네 출신이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지독하게 공부하여 서울대에 입학한다. 그는 건축을 공부하고,유명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건축회사를 차린, 어찌보면 이 시대의 성공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전형이다.

그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리고 서울의 달동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달동네를 벗어나기 전에 순수한 사랑을 나누었던 차순아로부터 온 이메일을 보면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두번째 주인공인 정우희는 헬조선을 힘겹게 살아가는 20대 전형이다. 그녀는 연극인로서의 꿈을 간직한채, 편의점, 피자집 알바를 전전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 주변에 도움을 주는 친구 김민우가 있다. 김민우는 그녀와 피자집에서 알바를 하다 만난 청년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검은 셔츠를 입고 다니는 젊은이이다. 그는 성실하고, 매사에 열심히 일하지만 비정규직 또는 알바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검은 셔츠라는 옷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딘가 어두운 면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어느 재개발지역 철거 용역 일을 하다가 현장에서 개발에 저항하다 포크레인에 맞은 지체장애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자살하고 만다. 바로 그의 어머니가 차순아이다.

차순아는 어린시절 박민우가 살았던 달동네 마을의 유일한 여고생이였고, 그 마을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소녀였다.

또 다른 유일한 남고생이었던 박민우와 풋풋한 만남을 가지면서 우정과 사랑을 키워갔으나, 박민우는 달동네를 벗어나 서울대에 입학을 했고, 그 이후 지긋지긋한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박민우가 달동네를 탈출하여 다른 세계에서 꿈을 키워가던 시기에 차순아는 윗마을의 토막이라는 아이에게 강간을 당하였고, 고향을 오랜만에 찾은 박민우가 마을의 형이었던 재명이 형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게 된다.

재명이 형은 복수심에 불타 토막이를 죽이고자 하였고, 박민우는 자신보다 더 분노하는 재명이 형의 마음을 읽고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한편 김민우가 살던 당시 반지하에 살던 정우희가 침수로 인해 살 곳이 없게 되자, 김민우의 집에 잠시 지내면서 정우희는 차순아를 알게 된다. 아들의 죽음 이후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우희가 차순아의 곁을 지켜준다.

차순아는 인생의 끝에서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했고, 가슴 벅찼던 그 시절의 남자였던 박민우를 항상 그리워하였고, 보고싶어 했다. 우희는 두꺼운 책이 된 차순아의 일기장 속에서 박민우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읽고, 아들을 따라 하늘로 간 차순아를 대신해 박민우에게 메일을 보내게 된다.

차순아의 아들 김민우의 이름은 박민우를 기억하고자 하는 차순아의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다 

누구나 해질 무렵은 일과를 마치고 오늘 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잘못한 일들에 대해선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다가올 흥겨운 밤을 기대하는 시기이기도 할 것이고,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해질무렵은 다가올 영원한 밤에 대한 외로움과 불안, 내일에 대한 걱정이 담긴 시기이기도 하다.

작가가 제목을 해질무렵이라고 지은 이유는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박민우와 차순아가 위치한 삶의 시기를 하루에 비유했을 때 그 시기가 인생을 반추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19년 8월

최택만 교수신문 주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