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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기행/김주영...객주

봉은 2019. 8. 8. 14:53

김주영이 대하 역사 소설 『객주』를 『서울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설 무렵의 일이다. 『객주』는 이전의 궁중 비화나 실록 중심의 역사 소설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조선 말기 보부상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백성들 쪽에서 바라보는 역사 인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객주〉는 우리에게 유랑의 슬픔과 고단함을 가르쳐 주는 '길의 서정소설'이면서, 상리(商利)와 의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조선조 보부상들의 폭력과 계략이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상인 소설이기도 하다.

〈객주〉에는 이효석(李孝石)의 〈메밀꽃 필 무렵〉과 김동리(金東里)의 〈역마(驛馬)〉가 보여준 길의 서러운 서정이 있고, 전후의 미국 작가 잭 케루악이 〈노상(路上)에서〉를 통해 보여주었던 길의 자유로움이 숨쉬고 있다.

  소설〈객주〉는 북으로는 평양(平壤).원산(元山), 남으로 강경. 경주. 하동에 이르기까지 보부상 주인공들의 활동 무대가 줄기줄기 뻗어 나가고, 그들의 상리와 정의(情誼)에 따른 애증과 갈등, 계략과 폭력이 시시각각 그리고 종횡무진으로 전개되고 있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영웅도 만들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대로<객주〉에는 천봉삼.조성준.길소개.선돌이.매월이.김학준 등 숱한 허구의 보부상들과 이용익(李容翊).민비(閔妃).민겸호(閔謙鎬).민영익(閔泳翊).대원군(大院君)등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세력은 광범위한 계층 이동이 이루어지던 19세기 말, 보부상 집단이며, 그 중에서도 항상 정의롭고자 하는 인간군이다.

    처지가 불우했던 도부꾼(도부꾼)들은 그들 나름의 엄중한 율을 세우고 관습을 이루어 조직을 운영했으니, 손위는 형이라 깍듯하고 손아래는 동생이라 아꼈으며, 살아서는 서로 의탁하고 병을 얻어 타관에서  객사하면 십시일반으로 장사지내 주었다. .

 이곳 강경은〈객주〉에서 육로와 수로의 장삿길이 이어지는 곳이고 재산을 가로채 간 김학준에게 조성준이 모진 복수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성준 역시 김학준의 젊고 영민한 첩실 천소례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 등 모략과 폭력이 얽혀들어 〈객주〉는 이곳에서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미천한 신분에서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간 상인들과 그의 보부상 조직들은 흔히 정치 세력의 이용물이 되곤 했다. 민비. 민영익. 대원군 등과 황국협회(皇國協會)가 그들을 이용했고 보부상들은 그 와중에서 몰락한 예가 많았다. 


                       -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