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정말 말이 살찔까요?
가을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여기엔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좋은 절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요. 하필이면 왜 소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말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말을 별로 기르지 않았는데...
‘천고마비지절(天高馬肥之節)’의 원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한자는 달라도 말이 살찐다는 뜻은 비슷합니다. 두심언의 시에 나왔는데 그는 두보의 할아버지로 당나라 때 시인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어느 날 두심언의 친구 소미도가 변방을 약탈하는 흉노를 무찌르기 위해 출정하는데, 두심언이 친구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시 한 수를 써주었습니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
가을 하늘 높고 변방의 말은 살찌는구나
안장에 걸터앉아 영웅이 칼을 휘두르니
붓을 들어 승전보를 띄운다"
‘가을 하늘 드높고 변방의 말은 살찌는구나’라는 구절만 보면 태평시절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지요. 흉노족은 가을만 되면 살찐 말을 타고 변방에 쳐들어와서 곡식을 약탈하고 노략질을 일삼았습니다.
이것이 유목민인 흉노족이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방 변경에 사는 중국인들은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족이 쳐들어올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결국 ‘가을이 되어 변방의 말이 살찐다’는 말은 적이 쳐들어올 준비를 시작했다는 무서운 예고였지요. 지금 우리가 좋은 계절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천고마비와는 다른 어원입니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정말 말이 살찔까요? 앞서 흉노의 말은 중국 변방을 쳐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것이고, 어느 해인가 한국마사회에서 서울경마공원의 말들을 대상으로 가을이 되면 정말 살이 찌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말들의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가는 달이 10월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결과 대로라면 가을에 살이 찌는 것이 맞는 셈입니다. 아마도 가을철에 거둬드리는 콩의 깍지 등을 먹고 쌀찌는 것으로 보입이다.
자료 정리 : 최택만 전 교수신문 주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