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생각나는 글/ 최택만
가을에 대해서 여러가지 풀이가 있다 정비석(鄭飛石)은 <들국화>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라고 말한 바 있고, 이효석 (李孝石)은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唐) 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추흥(秋興)> 이라는 제목의 칠언율시 첫 머리에서 ‘구슬 같은 이슬이 내려 단풍잎 시들어 떨어지고, 무산과 그 아래 계곡 무협의 가을 빛이 쓸쓸하구나 (玉露凋傷楓樹林 巫山巫峽氣蕭森)’라고 가을은 ‘조락(凋落)의 계절이요, 쓸쓸한 계절이라고 읊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 아닌, 조물주가 우리에게 산수(山水)를 이리 칠하고 저리 칠해서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를 보여 주는 ‘미의 계절’이요, 가을은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 - 죽어버린 꿈의 시체를- 땅속 깊이 파묻고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생활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연의 생성(生成)과 소멸(消滅)에 대해서 깊이 성찰(省察)도 해 보는 ‘사색(思索)의 계절’이기도 하며, 자연의 모든 수목(樹木)들이 기후 조건의 변화와 영양 공급 상태의 변화로인해 시들어 버리는 ‘조락의 계절’ 이기에 앞서 그 먼저 한여름 동안 성장된 결과를 매듭짓는 ‘결실(結實)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갈바람에 곡식이 혀를 빼 물고 자란다’ 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곡식들은 놀랄만큼 빨리 자라서 익어간다는 뜻이다 사람도 곡식처럼 가을 바람이 불면 무언가 결실을 맺기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지않을까?
효석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