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와 문학 여행/ 서정주 님의 국화꽃옆에서(5)
미당시문학관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인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마을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그의 사후 다음 해인 2001년 가을, 이호종 전 고창군수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개관하였다.
개관일은 11월 3일인데 이는 미당의 중앙고보 재학시절 광주학생의거 지원 시위 사건(1929년, 1930년 2회)을 기념하기 위해서 정해졌다. 이 기념관은 고향의 생가와 묘역 근처에 있어서 더욱 뜻 깊은 공간이며,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새롭게 단장하여 지었으므로 <친환경>과 <배움>의 건축미학을 지향하고 있다.
국화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미당 서정주
이 시는 국화가 개화하는 자연 현상과 국화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성숙한 삶의 아름다움과 연관지어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1, 2, 4연에서는 한송이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아픔과 온갖 어려움을 노래한다.
생명 탄생의 힘든 과정을 상징하는 봄에 처절하게 우는 소쩍새, 여름의 천둥, 가을밤의 무서리는 화자 자신의 잠 못 이룸과 더불어 한 송이 국화꽃과 신비스런 인연을 맺으며, 국화꽃이 피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다.
3연은 이렇게 피어난 국화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국화의 아름다움은 젊음의 시절을 다 지나 보내고, 거울 앞에서 자신을 돌이켜 보는 누님의 모습과 일치된다.
이 부분에 나타난 누님의 모습은 그리움, 아쉬움 등과 같은 온갖 젊음의 시련을 거쳐 지니게 된 성숙한 삶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국화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곧, 이러한 성숙한 삶의 아름다움인 것이며, ‘국화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화자가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이상이기도 한 것이다.
어느 정도 문학 감수성과 심미안이 있는 사람이 서정주의 시를 보면, 현대 한국 시단은 물론이고 한국 문학 전체를 통틀어도 도저히 비슷한 시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감명을 받거나 그 표현력에 압도되는 일이 잦다.
서정주를 숭배하는 사람, 서정주의 후기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 서정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대부분 그 표현 능력만큼은 높이 산다.
이런 독보적 재능이 친일과 친군부 따위로 얼룩지지 않고 문학에 오롯이 환원되었더라면 정말로 한국 문단의 큰 자산이자 별이 되었을 것이다.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작품으로는 자화상, 귀촉도, 동천, 선운사 등이 있다.
서정주 님의 고향은 전북 고창군 부안면 부안면 선운리로, 근처에는 명사찰 선운사가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파크골프장은 완주군 동동읍 낙평리 1223-2 번지에 생강파크골프장이 있다.
최택만 교수신문 주필,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