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서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남성적이고 의지적인 어조를 주로 사용한 다른 작품에 비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점이 특징이다. 청색과 백색의 선명한 색채 대비를 통해 밝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며,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여 정감어린 고향의 정경을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청포도”를 통해 밝은 미래가 담긴 “전설”을 마주하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공동체의 원초적 연대의식을 돌이키고 있다.
그가 기다리는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은 이육사의 또 다른 작품인 광야에 등장하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투쟁했던 지사들의 모습이자, 평안한 삶에서 분리되어 유랑하는 고달픈 자들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기다린 그를 맞아 순수하고 고결한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과 더불어 청포도를 대접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은 “그 날”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가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즉 미래를 향한 티 없이 맑고 깨끗하며 정성스러운 기다림과 간절한 심정이 바로 그것이다. 식민지 상황을 감안할 때 시인이 이토록 기다리는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여는” 그 날은 바로 조국 광복이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시인은 청포도라는 소재를 통해 밝고 선명한 분위기를 형성하여 억압된 시대의 장벽을 넘어 평화로운 삶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소망을 잔잔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청포도1939년 ≪문장≫지에 발표된 이육사가 지은 시.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촬영: )
1904년 경북 안동에서 안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동에는 18홀 짜기 안동파크골프장(영가교와 용정고 사이)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안동 국시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한편 서울 성북구는 5월 18일 성북문화원과 함께 이육사 탄생 115주년 기념 문화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포스터)를 개최했다. 행사 주제는 1936년 이육사가 발표한 시의 제목에서 따왔다.
그는 1937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 명륜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1939년부터 3년간 성북구 종암동에 거주하며 ‘청포도’ 등 대표작을 발표했다. 성북구와 성북문화원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이육사 시인 탄생 기념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최택만 교수신문 주필,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