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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폭증 단계. 방역을 계속 뜷리고 뒷북 메우기/조선일보

봉은 2020. 2. 3. 14:15

우한 폐렴 사태가 더한층 급박하고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내 사망자가 불과 이틀 새 100명 가까이 늘면서 300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는 1만5000명대로 폭증했다. 2003년 사스 때 중국 내 발병 확진자는 5200여명, 사망자 348명이었다. 우한 폐렴 확진자는 이미 그것의 세 배에 달하고 사망자 추월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우한 폐렴 환자의 치사율은 4~5%대"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알려진 2%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우한 폐렴 바이러스의 특성도 속속 규명되고 있다. 생각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게 세계 보건 당국의 결론이다. 독일 연구진은 "고열 등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람 간 전염 사례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 백악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그간 불분명했던 '무증상 감염'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이번 폐렴 바이러스는 대소변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우리 방역 당국은 기존 매뉴얼만 고집하면서 선제적 대응은커녕 뚫려버린 방역 구멍을 한 발자국씩 뒤따라가며 메우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질본은 지난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와 90㎝ 탁자를 사이에 두고 1시간 30분 식사를 같이한 6번 환자를 1주일이나 거리를 돌아다니게 방치했다. 이 때문에 6번 환자의 가족인 10, 11번 환자가 감염되면서 중국 밖에서는 없었던 '3차 감염'이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뒤늦게 '실수'라고 한다. 7번 환자는 양성 판정을 하고서도 언론에는 15시간이나 늦춰 발표하는가 하면, 대통령 지시로 '우한 귀국자 전수조사'를 한다면서도 보건소를 관할하는 서울시에는 명단조차 알려주지 않아 지자체 항의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역망을 벗어난 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우려스럽다. 일본에서 감염돼 국내에 들어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 환자는 증상이 일부 있는 상태에서 방역 당국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은 채 거리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이 12번 환자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이유로 우리 방역 당국에는 이 사람의 동선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7, 8번 환자 역시 입국 이후 한동안 당국의 통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들은 후베이성 우한에 머물렀지만 산둥성 칭다오에서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다는 이유로 감시 대상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31개 성 전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번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우리 방역 당국 매뉴얼은 여태껏 후베이성 위주로 운영돼 왔다. 이런 허술한 방역 대책에 대한 불신이 터무니없는 괴담을 낳으면서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2/20200202015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