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속에서 진리탐구 자세
대학 캠퍼스의 일들은 모든 이들에게 아름답고 그리운 것으로 남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생활을 전설처럼 미화하고 싶은 충동이 깊어지기까지 한다. 20년 만에 다시 돌아간, 그것도 이국의 캠퍼스 생활은 기자에게 야구의 안타하나 없는 삼진의 연속이었지만 많은 사연들이 기억 속에 자리잡는 것은 바로 대학이 풍기는 지(知)와 미(美)의 까닭이 아닌가 한다.
지금쯤 미국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톤 캠퍼스의 하늘은 더 없이 드높고 곧게 뻗은 숲은 오색으로 채색되어 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기자가 관훈클럽 신영언론기금의 장학혜택을 받아 블루밍톤시에 도착, 여장을 푼 것은 1983년 6월 17일. 섭씨 36~37도를 맴도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밀림을 방불케 하는 수목속에 자리잡은 캠퍼스는 한더위를 씻어 주었다.
캠퍼스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한데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학원도시 특유의 풍치가 짜릿한 흥분마저 자극했다.
학생들에 대한 첫인상도 출국 전의 연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명상보다는 행동과 감정을 통해 자기발견을 추구하는 1960년대의 학생들이 아니었다. 반전등 학생운동에 몰입했고 거기서 행복과 일체감을 발견했던 그들 선배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개체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물씬했다. 그래서 이 학원도시가 ‘침묵이 흐르는 대하(大河)’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국의 상아탑 속에서 느낀 이러한 관객적 생각이 빙점으로 냉각되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에 의한 수강신청 때부터였다.
마이크로 혁명의 물결이 대학가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인디애나 대학은 수강신청, 등록금 납부절차 등이 거의 기계화되어 있다. 학번순서에 따라 컴퓨터 등록센터 입장시간이 배정되어 있고 이 시간에만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최택만
신문연구 38호 198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