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인디아나 대학원 연수기(2)

봉은 2020. 2. 23. 20:11

강의실에서 만난 언어 장벽

 

동양계 학생들은 대부분 언어의 장벽에 부딪친다. 나는  이 벽 때문에 한 학기를 고전해야만 했다. 미니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를 강의실에 들고가 녹음을 한 뒤 집에 돌아와 강의내용을 다시 듣자니 항상 시간에 쫓기는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랭귀지 코스를 거친 다음 대학원의 강의를 듣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연수기간이 1년으로 한정되어 있어 상당 기간을 언어 코스에 매달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인디애나 대학의 경우 외국 유학생은 첫등록 전에 영어테스트를 받게 된다. 남미쪽 학생들은 듣기와 말하기가 동양계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반면 동양계 학생은 리딩과 문법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총점수는 동양계 학생들이 라틴계 학생들보다 높게 받으나 강의실에 들어가서는 정반대의 형상, 즉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우리가 받은 영어교육이 산 영어교육이 아니라는 비판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영어테스트에서 성적이 나쁜 부문은 의무적으로 수강하라는 학교측의 반강제적 권유가 있다. 이 과목을 이수한다 해도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른 미국대학에서 2년 이상 공부한 학생마저 시험을 잘못봐 회화과목을 수강한 사례도 있었다.

 

우리 유학생들이 겪는 이 듣기․말하기 곤욕을 최소화하는 것은 앞으로 유학의 주요과제라 여겨진다. 어느 문화재단이 유학원을 설립, 유학이 확정된 학생들 가운데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3~6개월간 언어무료교육을 집중적으로 펼칠 수는 없을지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이러한 언어코스 과정은 유학생들의 학위취득 과정을 단축시켜 줄 뿐 아니라 외화절약에도 적지 않게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한 학생이 박사 코스를 거치려면 평균 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전해지고 있다. 만약 언어의 갭으로 고전하는 1년여 기간을 단축할 수만 있다면 어림잡아 한 학생의 1년 학비 1만 5천~2만달러의 외화송금을 줄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시산(試算)이 나올 수 있다.

 

기업산하 문화재단에서 본다면 이러한 언어교육 서비스는 기업의 사회환원의 한 방안이 아닐까?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한편 요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