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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 한 두사람(효석 최택만)

봉은 2020. 2. 24. 08:43

나는 가끔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길을 걷는다 산림욕을 하기위해서라기 보다 걷는 운동을 위해 그 길을 걷곤한다 이 공원 산림욕장을 걷다가 문득 발길을 멈춘 적이 있다

 

시가 쓰여있는 시판(詩板)에 이 곳에도 있다 지하철에도 시판이 있고 수락산에도 천상병의 시판이 있다 이런 시판을 지날 때마다 나는 김을 멈추고 시릉 음미하는 버릇이 있다

 

대공원 시판에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와 김춘수의 '꽃', 그리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걸려있다 나는 이 시들을 읽어 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김춘수의 '꽃' 앞에 멈추어서 서너번 읽었다 그 곷 시는 이렇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간 생략)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되는 것, 관계맺기를

이 시는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산다는 것은

'관계맺기'이다 내가 너로 되기, 네가 나로 되기-

이것이 관계맺기이다

 

흔이 늙으면 관계맺기가 끝나간다고 말한다 인간은 맨주먹을 쥐고 태어나서 관계맺기를 시작하여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이 활발해면서 관계맺기가 꽃을 피었다가 늙어가면서 맺기가 잃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죽음은 관계맺기 의 끝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위의 관계맺기는 양적인 측면에서 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헬수있는 것이 아니기에 늙어서 관계맺기가 쇠약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젊었을 때 많은 사람돠 관계맺기가 왕성하다고 보는 관점을 질(質)을 외면한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관계가 깊어서 열사람 아니 백사람의 관계보다 넓은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 한 사람을 갖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모든 비밀을 말할 수 있고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 친구야 말로 진정한 친구가 아닌가 그 한 사람 친구는 어정쩡한 백사람 친구에 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효석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