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돌아온 동료기자가 기자의 출국 전에 들려준 몇 가지 제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의실 밖의 활용이었다. 방학 때는 열심히 여행을 하라고 그는 강조했다. 여행을 하려면 필수조건이 자동차 운전이다.
그래서 미국에 가자마자 면허를 냈으나 대도시 순환도로나 고속도로 운전을 익히기에는 상당기간이 걸렸다. 국내에서 운전을 하지 않았던 기자에겐 웃지 못할 실수들이 뒤따랐다.
블루밍톤에서 인디애나주의 수도가 있는 인디애나폴리스까지는 50 마일 거리이다. 첫 번째 장거리 운전 시도 때의 일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외곽 순환도로는 여러 개의 고속도로와 연결돼 있다.
시 외곽까지는 그럭저럭 운전해 갔으나 시내로 들어간다는 것이 잘못해 65번 시카고쪽 고속도로로 진입해 1시간 이상 헤매며 진땀을 흘린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안는다.
시내로 둘어 와 도로가에 차를 대고 한 숨놓고 보니 차 밑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것을 보고 당황했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직원에게 물으니 에어컨을 오래 켜서 그렇다는 것이다. 자동차 상식을 전혀 몰라 일어난 해프님이다.
미국을 알려면 자동차 여행을 하라는 말이 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활한 대륙을 차로 종․횡단하다 보면 미국인들은 복받은 인간이라는 생각뿐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된다. 기
상이변이 대륙적이다.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눈․비가 내리다가 순식간에 해맑은 태양이 쏟아져 내린다. 때로는 천둥이 대지를 삼킬 듯하다가 이내 적막으로 급변한다. 자연의 오묘함, 신의 섭리가 또한 교감되는 것이 자동차 여행이다.
‘강의실 밖의 실습현장은 미국 대륙’이라는 선배 유학생들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고나 할까. 시간에 쫓기다 보면 대도시나 관광지 여행에 그치게 마련이나 시간을 잘 할애하면 농촌이나 벽지여행도 가능하다.
남부농촌지역 주민들의 느긋한 마음씨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길을 잘 못 들어 물어보면 오가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함, 차를 길가에 세우면 뒤따라 멈추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따뜻한 대화는 남부인의 색다른 일면인 것 같다.
신문 연구 84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