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떠나고 싶던 날
어디로 떠나고 싶던 날
산 속에서 헤매는
노루가 되고 싶은 그런 날 그
런 날이 없던가.
냇가의 돌밭을 걷거나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풋내나는 바람쐬고 싶은
그런 날이 없던가.
바다로 내 달아 철썩대는
파도소리를 듣거나
청아한 물보라를 안아 보던
그런 날이 없던가. 들
판 논두렁에 주저앉아
막걸리 한 사발 나누던
그 옛날을 떠올리고
싶은 그런 날이 없던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무작정 만나고 싶은
그런 날이 없던가.
막상 나서면 갈 곳이 없어
마음만 헤매다 심란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
그런 날이 없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