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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인 생활(1)/최택만

봉은 2020. 3. 2. 08:11

오늘부터 연재하는 글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의 초빙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학기 동안 대학원 학생에게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수습기자 생활(1)

 

신문사 수습기자 시험에 합격하면 견습 기자가 된다. 수습기긴 6개월 동안 기자로서의 소양, 취재방법, 출입처 기자의 활동 상황 등을 교육받게 된다. 일반 직장처럼 교실에서 이런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받는다.

 

내가 수습기자 시험에 합격하여 출근 한 것은 65년 2월 8일. 그 해 공채로 합격한 수습기자는 11명(응시자 900여 명)이다. 우리는 공교롭게 공채 11기(期) 인데 11명이었다. 제일 먼저 출근 한 곳은 편집국이다. 첫 인상은 한마디로 "시끄럽다" 이다.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했다.

 

원고를 마감하게 되어 있는 11시가 가까워지면 시골장터의 저녘 떨이 때를 방불케 한다. 바깥에 있는 기자가 건 전화소리, 안에 있는 기자가 "왜 기사를 않보내느냐" 호통치는 소리, 독자들의 신문기사에 대한 항의 전화 소리가 엉켜 난장판이다.

 

기사를 받는 내근 기자와 밖에서 기사를 부르는 기자 간에 주고 받는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 기사의 사람 이름은 한자로 부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신참 기자는 한문을 잘 모른다.

 

일례로 조아무개를 부르면서 "나라 조(趙)"자를 라 요즘 잘나오는 조병옥(趙炳玉) 한민당 대톨령 후보 이름을 빌려 조병옥 조(趙)자라고 는가 하면 모택(澤)자를 모택동 택자로 설명하며서 부른다.

 

그러니 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지명까지 한문으로 불러야 하니 온갖 방이 다 동원된다. 게다가 신참 기자는 기사를 잘못 쓰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런 때는 고참 내근 기자가 "기사 좀 똑똑히 불러"하고 고함을 지른다.

 

그렇지 않아도 쥐늑이 든 새내기 기자(수습기자 포함)는 그 소리에 겁이나 금 전보다 더 기사를 못부르는 수도 있다. 지금이야 이메일로 송고를 하니그런 문제는 없다.

 

나도 그런 곤혹을 수 없이 당했다. 고참 기자가 퇴근때 한잔 사면서 "그렇게 해야 기자가 되는 거야" 하며 위로겸 충고겸하는 말을 들을 때 비로소 얼었던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