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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생활(7)/최택만

봉은 2020. 3. 9. 20:46

기자들의 보복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석간신문 기사를 보니까 일제히 '억대 도박단 검거"라는 기사가 났다.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자기들 끼리 기사를 취재하여 나만 빼고 신문에 실은 것이다. 이런 케이스를 '독구 넣기'라고 한다. 혼자만 기사를 빠트리는 낙종(落種)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사건담당 데스크 한테 '혼이 나겠구나" 하고 저녁 때 회사에 들어갔다. 왠걸, 데스크는 기자들이 더럽게 작땅한 것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취재나 해서 "좋은 기사나 쓰라'고 했다. 오히려 용기를 붙돋아 주었다.

 

앞으로 6대 신문사를 상대로 취재경쟁을 해야한다. 타사 기자 6명과 싸우려면 출퇴근 시간도 아껴야하기에 나는 경찰서 뒷동네 어느 집에 하숙을 들었다.

 

저녁 때 신문사에 만 잠간 들였다가 남대문 경찰서로 되돌아 와 경찰서에 상근하다시피 하면서 기사를 취재했다.

 

이렇게 되니 서울시 경찰국에 나가는 나의 직속 상관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그 기자를 우리는 시경캪(Cap)이라고 부른다. 시경캪이 움직이나 우리 신문의 다른 경찰서 동기생도 나를 도아주기 위해 뛰었다.

 

취재전쟁은 확대일로를 거듭했다. 시경캪은 남대문서에서 시경으로 올라오는 보고를 모조리 읽어보고 기사가 될만한 것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다른 동기생들은 남대문서에서 수배하는 범죄자 이름을 알아내어 나에게 알려주었다. 서울신문 경찰팀이 총동원된 취재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른 신문사와 치고 받는 취재전쟁이 1개월 정도 계속되었다. 이렇게 되니 남대문경찰서가 간접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왜냐면 남대문서의 비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남대문서가 우리의 싸움을 말리는 중재자가 되었다. 시경국장과 남대문 서장이 직접 신문사를 찾아다니며 기사전쟁을 중단해 달라고 부탁. 가까스로 싸움을 끝내기로 회사간 합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