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채권까지 투매하는 패닉 장세
코로나 19 공포가 세계 증시를 덮쳐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안전 자산으로 인식돼 온 금이나 채권까지 팔아치우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 가격(뉴욕상품거래소 선물 기준)은 13일 온스(28.3g)당 1587.7달러로 미국 증시가 7% 이상 폭락했던 지난 9일 '블랙 먼데이' 이후에만 5.5%(93달러) 떨어졌다. 금값은 2018년 9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40% 가깝게 올랐는데, 단기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국채 금리는 올랐다. 국채값이 떨어지면 반대로 국채 금리는 오른다. 이에 따라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연 -0.387%에서 -0.112%로 0.275%포인트 올랐다. 영국 국채 금리도 같은 기간 0.1%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코로나 불안감도 있지만, 향후 각국 정부가 재정 확장 정책을 펴려면 국채를 대거 발행해야 하므로 국채 물량 급증에 따른 가격 하락을 예상해 투자자들이 채권을 판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불확실성을 피하고 보자는 투자 심리가 작용해 안전자산까지 투매(投賣)하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 금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 '묻지 마 팔자'로 생긴 현금은 '초(超)안전 자산'인 달러에 몰리고 있다. 미국 TD 증권의 프리야 미스라 연구원은 "위기에서는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팔아야 한다"며 "지금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공포는 가장 먼저 금융주 주가 폭락으로 나타났다. 우한 코로나로 발생한 생산·소비 등 실물의 충격이 금융 위기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의 주가는 지난달 19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37% 정도 급락했다.
반면 달러 값은 올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래도 역시 믿을 건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3일 97.5로 지난 9일(94.9)보다 3%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푼다고 할지라도 상반기까지는 극도의 위험 회피 성향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