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R의 공포의 진원지는 일본이다 /최택만

봉은 2020. 5. 19. 22:20

‘R(Recession·침체)의 공포’가 실체를 드러냈다. 진원지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경제에 한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려면 내년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그전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를 주 교역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태풍 전야나 다름없다.

 

18일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1.6%)에 이어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통상 기술적 경기 침체로 분류된다. 수치상으로 일본 경기가 침체 길목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3.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2분기 이후다. 일본의 경우 지난 1분기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세로 들어서기 전이다. 임시휴업과 재택근무 등이 이어진 시점은 지난달 7일 긴급사태 선언 이후다. 이 때문에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1분기 실적은 코로나 충격이 일부만 반영된 결과다. 실물경제 충격은 2분기에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의 공포는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C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CBS 60분’에 출연해 “미국의 완전한 경제회복이 내년 말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0%에서 -30% 이상 기록할 수 있다”고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의 언급은 ‘V자형’ 반등을 약속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각적이고 완전한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이같은 상황 전개는 국내 경제정책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초 예정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느냐 여부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였다. 지난 1분기에는 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폭이 더 커질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투자 감소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0%대 성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