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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김용택의 첫사랑/효석

봉은 2020. 8. 14. 09:16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김용택의 첫사랑은 다 그렇게 봄에 피는 새잎같이, 여름 밤의 달빛같이, 가을 단풍물 든 물푸레 나뭇잎같이, 앞산에 오는 첫눈같이 곱게 왔다 갔다. 누구나 우리 는 첫사랑을 한 번쯤 회상해 본다.

그러나 만남에는 이별이 있듯이 첫사랑 또한 희미한 추억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랑을 고히 간직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여생(餘生)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수순이 아닐까한다.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 시인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