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일(2)/효석

봉은 2020. 9. 17. 06:31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일(2)

인디애나폴리스 대형 잡화점에 도착해서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은 식기 등 취사에 필요한 물건을 척척가려 사주었다. 그 여학생의 도움으로 필요한 쇼핑을 끝내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국 농촌을 구경하고 갈까요"

 

그 학생은 말을 하자마자 밀밭이 끝없이 수평선을 그리고 있는 농촌마을들어갔다. 그 여학생은 차가 어느 햄버거 음식점 앞을 지나자 식사하자고 했다. 버거킹에 들어가니 농민인 듯한 몇 사람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은 내가 사겠습니다"

 

내가 카운터에 가서 햄버가 두개를 달라고 했더니 점원이 무어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문이 막혀 서있자 그 여학생이 계산대 앞으로 와 무슨 말을 했다. 그러니 접시에 놓은 햄버를 주었다. 그 학생은 자리로 돌아 와 점원이 한 말을 설명해 주었다.

 

그 점원이 나에게 물은 것은 "여기서 먹을 거냐, 갖고 갈거야" 였다고 했다. 영어로 표현하면 " Here or to go" 라고 했다. 난생 처음 듣는 영어다. 언어장벽에 부딧친 첫 번째 망신이다. 그 학생은 미국식 생활 영어니 못 알아 들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옆에서 말하는 농민들의 말이 귀에 잘 드러오지 않았다.

 

"그런 영어는 생활하면서 배우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학생의 말을 들으니 다소 위안이 되었다. 그 학생은 남부 농민들은 느굿하고 말도 느리다고 했다, 그리고 사투리도 많이 쓴다고 하면서 나를 계속 위로해 주었다. 창문 밖에 보이는 밀밭의 물경은 아름답다 못해 활홇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 날 학생 덕분에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그 학생이 고마웠다.

 

그럭저럭 생활을 위한 일들이 끝나자 9월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 가서 수강 신청을 마치고 수업이 시작되자 눈 코 뜰사이 없이 바빴다. 옆방의 그 여학생도 바빠서인지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다. 그런데 하루누가 초인종을 눌렸다. 문을 여니 그 여학생 이었다.

 

"어서 와요 오랜만 입니다"

 

내가 커피를 끓여 같이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학생은 고민을 털어 놓았다.

 

"미안하지만 제가 쓴 리포트를 좀 감수해 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