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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이유가 있음은/효석

봉은 2020. 9. 18. 17:38

나 이제 고희(古稀) 황혼길 밟으면서

쓸쓸히 걷다가 뒤돌아보니

인생길 구비마다 그리움이 고였음이라

 

힘들고 고달픈 인생길이었지만

쓰라린 아픔 속에서도 산새는 울고

엄동설한(嚴冬雪寒) 속에서도

동백꽃은 길가에 가득 피었음이라

 

고달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내 안에는 사랑 시(詩)가 있었고

내 안에 님이 숨쉬고 있음이라

 

어두운 밤, 찬연한 별이 뜨듯이

나 사는 외로움 속에서도 들꽃은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푸른 숲도 있음이라

 

나 슬픔 속에서도 행복한 날이 있었고

나 아픔 속에서도 님이 계시니

내 안에 가득 행복이 있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