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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 생긴 일(4)/효석

봉은 2020. 9. 18. 18:47

어제 밤 레스토랑에서도 적지 않은 술을 마셨다. 천정에서는 조는 듯한 불빛이 내리고 감미로운 음악이 룸 안을 파도처럼 흘러다녔다. 그 기분으로 술마시기를 쉽게 끝낼 수는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대화도 더 솔직

졌다. 어제 밤에 내가 애인이 없다고 말을 한 바 있다.

 

"선생님 진짜로 애인이 없어요?"

 

 "진짜로 없다" 말하고 내가 물었다.

 

"학생은 애인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 한 번 남학생을 사귄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없다" 고 했다. 그의 말은 참말인 것 같았다. 내가 술이 어느 정도 취한 것 같아서 "그만 마시자"고 했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백악관 주위를 산책하자고 했다.

 

나는 한참 걷다가 그녀 팔에 손을 넣어 팔장을 꼈다. 누가 보아도 우리는 연인이었다. 그녀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불렀다. 자정이 넘어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감격해서 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워싱톤을 떠나 뉴욕 도착한 것은 해질 무렵이다.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하러 이탈리아 음식점에 갔다. 그녀가 오늘은 색다른 음식을 추천했다.

 

"오늘은 가재와 게를 먹죠'

 

어젯 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는데도 기분은 좋았다. 우리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수없이 건배를 외쳤다. 이렇게 호화여행을 마치고 아파트에 아오니 우편물 한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것이다. 우편물을 열어보니 입학 허가 통지서가 들어있다.

 

스탠퍼드 대학은 동부의 하버드 대학에 버금가는 서부의 명문 대학이다. 나의 꿈인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거기로 가야 한다. 반면에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서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

 

"꿈이냐 사랑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