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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외롭고 쓸쓸한가?/효석

봉은 2020. 9. 19. 20:57

가을을 흔히 풍요의 계절이요 결실의 계절이라고 들 하지만 가을은 고희(古稀)를 넘긴 나에겐 그리움의 계절이요 추억의 계절이요 외로워 어디론지 떠나고픈 충동을 느끼는 방황의 계절이다.

 

날 반겨주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떠나버린 가을은 나에겐 공허와 쓸쓸함을 안겨줘 어디론지 정처없이 먼~길을 정든 임과 함께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팔베개를 하고 낙엽 지는 가을 산 바위 위에 누워 드높은 가을 하늘을, 나그네처럼 푸른 창공을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서글퍼진다.

 

님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에 차가운 달빛이 창가에 내려와 내 창문을 노크하고 밤을 새워가며 울부짖는 귀뚜라미의 처절한 울음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엉성한 가지에 이는 매서운 바람에도, 드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도, 들녘에 외롭게 홀로서 있는 허수아비도, 대지에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낙엽에도, 가을빛과 가을 소리치고 어느 하나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지 않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