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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사에 가슴을 묻고/효석

봉은 2020. 10. 4. 19:40

불암사에 가슴을 묻고

불암사에 산문 하나 열어놓고

무거운 삶 보따리 풀어헤치며

굴레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푸른 순결로 내 영혼 씻고

내 숨의 높이와 깊이를 재며

봄이 오는 산사에 오른다

 

목마른 산새들은

바위의 패인 가슴에서 흐르는

한 줌의 물로 목을 축이고

허공에 치솟는 열망으로 유희를 하다

정결하고 포근한 산사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바위에 걸터앉은 조팝나무 숨결이

따뜻한 마음 한 점 바람 앞에 건네주며

산사 가득히 풋풋한 향내 품어내니

현현한 불암사에 이 가슴도 함께 묻고

하늘에서 내린 이슬을 내 영혼에 뿌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

 

효석 최택만 전서울신문 논설고문 전 교수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