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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자꾸 가고 /효석

봉은 2020. 10. 31. 17:02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동구밖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억새꽃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억새꽃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흐르지만
나는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이 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