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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추억(하)

봉은 2020. 11. 30. 21:02

전화를 한 번도 받지않던

그녀가 몇 개월만에 공주처럼

옷치장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식어가는 찻잔을 사이에 두고

싸늘한 침묵이 흘러간 뒤에

그녀가 어색한 표정으로 한다는 말이,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내 줄꺼야..."

"드라마에서 봤는데 진정한 사랑은

상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내주는 게 도리라던데..."

 

그 때 난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다가

그것이 내 마음을 떠보려는 질문이라는 것도 미쳐 몰랐기에

"멋진 사람 못 구해 줘 미안하다"며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우리의 짧은 재회는 이렇게 무참히게 끝났다.

 

그 때, 그녀가 무척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왜 영국의 유명한 시인,

로버트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처럼 할 수 없을까"하면서....

영국의 시인 로버트 부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부라우닝의 사랑은 영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16세 때 승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쳐 침대에 누워 있는 신세였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연하인 로버트가 구혼했을 때 시인으로서는 엘리자베스가 더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두사람의 사랑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의 풍습으로 다른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연인들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고 이탈리아로 도망쳤다.

 

그런 몽상(夢想)은 몽상으로 끝나고 세월은 벌써 40여년이 지났다.

보고 싶은 첫사랑, 그사람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

첫눈이 오는 날은 그리움이 몰려든다.

 

눈보라처럼 밀려와 내 아픈 가슴을 때리기도한다.

그사람은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을까 ?

좋은 남자와 결혼했을까 ?

모든것이 궁금해지기도하다.

 

그 사람도 지금 나처럼 우리의 추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까 ?

그사람을 내 머리에서 깨끗이 지워야하는데

나는 바보같이 왜 못잊는 걸까.

우린 함께 하지 못할 사랑인데 ...

그사람 목소리가 희미히게 들려오는것 같다.

 

내 마음을 아프게 흔들어 놓는다

눈오는 날씨 탓일까

이제는 단념을 해야할텐데

바보같이 잊지 못할까 ?

 

효석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