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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한 그 소리/효석

봉은 2020. 12. 5. 05:00

처량한 그 소리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소리가 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메밀묵, 참쌀덕 사아려' 하는 소리가 기억이 난다 깊어가는 겨울밤에 그 소리만 들어도 좋았다 좀 처량하는 들리는 그 소리는 나의 군침을 돋구곤했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넉넉치 못한 터라 그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목구멍에 군침이 돌지만 참아야 했다.

 

부모님이나 큰 형 이 심부름을 시키면 춥지만 손을 호호 불면서 사오곤 했다 막내인 내가 추위를 무릅쓰고 사왔던 것 같다. 어쩌서 그 당시는 겨울은 춤기만 했던가 윗목에 놓은 물이 아침에 보면 얼어있었고 입김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 겨울 찹쌀떡 장수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솜바지를 입었지만 얼굴이 파랬다 못해 검정색이 띄고 있고 손은 덜덜 떨고 있었다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처량하게 느끼개 된 것은 바로 그 표정 불쌍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또하나 한겨울 설전이 되면 '복조리 사아려'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설날 전 복조리를 집안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내려왔기에 사람들은 복조리를 사곤 했다 방안에 복조리를 한 두개 걸어주면 참으로 예뻣다.

 

이제는 마음이 삭막해졌는지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겨울에 들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디 사라진 소리가 그 소리 뿐이겠는가  "엿사아려"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가위소리 철컥철컥 내면서 '엿사아려' 하던 엿장수 아저씨들은 어디로 갔을까?

 

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