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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봄이 온다/최택만

봉은 2022. 3. 21. 11:47

연둣빛 봄이 온다

단비가 내린 후 내가 사는 동내 공원에도 어린 풀들이 쏙쏙 고개를 내민다. 어린 풀들이 돋는 걸 보니 내 안에도 생기가 솟는다. 그래, 후회 없는 생을 살아야지. 이런 다짐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선물로 주어지는 생은 일회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로 살기 위해 무뎌진 마음을 벼리며 시간의 돛을 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뜻을 세워도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묵은 과거와의 단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인 미움, 원망, 분노, 질긴 미련이 여전히 내 의식 속에 똬리 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해야 할까.다른 방법이 없다.

 

낡은 관습과 의식에 사로잡힌 내 에고를 죽어야 한다. 그래야 새 삶의 여명이 동트고 시간이 새싹을 틔운다. 

 

내가 좋아하는 몽골의 시인 D. 우리앙카이의 <한 번의 생에 여러 번 죽는다>는 시는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가을에 숲이 누렇게 변할 때마다 나는 죽는다 차가운 한풍이 사납게 울부짖고 어린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질 때마다 나는 죽는다


한 번의 생에 여러 번 죽는 것은 내게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

 

2022년 3월 13일

최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