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루하지만 해질 무렵
저녁 강가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내가 떠나온 곳도
내가 가야 할 그곳도
어슴푸레 보이는 듯하다
강은 바다의 탯줄인 듯
어느 골짜기(始原)에서 흘러나와
접점 몸집을 불리고
수 많은 다리 밑을 지나
하류에 이르러 잠시 쉰다
지나 온 강둑에 매달린 유정 무정이
어머니 탯줄에 달린 태아들 같고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가
마치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처럼
흘러 온 삶이 참으로 감미롭다
저녁을 알리는 등대가 불을 밝히면
강은 삶을 주섬 주섬 꾸겨 넣고
여정을 마감하는 노제(路祭)를 지낸다
얼마전 자살한 사람(노무현) 노제보다
조촐하지만 넓은 바다를 잉태하는 꿈이 있다
2009년 6월 2일
효석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 시인
추고 : 인간의 출생부터 하늘 나라로 가는 여정을
강물의 흐름에 비유한 시(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