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시대에 운문문언(雲門文偃 : 864~949) 선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운문 선사는 많은 제자들을 향하여 이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5일 이전의 일은 그만두더라도 지금부터 15일 이후의 마음에 대해서 한마디 해 보거라.”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서 대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운문은 스스로 이렇게 대답했지요.“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매일 매일이 좋은 날들이다.’ 라는 의미이지요. 이 말은 15일이라는 기간을 말한 것이 아니고 아마 지금, 이 순간을 얘기한 것 같습니다.
무상이 신속(無常迅速)한데, 어느 하가(何暇)에 15일 후의 마음에 점을 찍을 수 있겠습니까?매일 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삼가는 마음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다름니다. 오늘은 며칠간의 이별아닌 이별을 하다가 당신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인 것입니다. 앞으로 스스로의 삶에서 날마다 좋은 날을 만들고 발견해나가려고 합니다. 운문 선사가 말한 ‘일일시호일’은 분별과 집착을 내려놓은 편안하고 맑은 경지를 나타낸 것 같습니다.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일깨워주는 잡지로 알려진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 수필로 꼽았던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본다면(Three days to see)>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나를 가르쳐 주신 ‘앤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 분의 얼굴을 뵙겠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과 풀과 빛나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습니다.둘째 날은 새벽에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도 보겠습니다. 셋째 날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낮에는 아름다운 영화를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유럽을 제패한 황제 나폴레옹은 죽을 때 “내 생애에서 행복한 날은 6일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눈이 멀어 볼 수 없었고 귀가 먹어 들을 수 없었던 헬렌 켈러는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나폴레옹이 더 행복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행복의 척도는 생각하고 느끼는 관점에 따라 달라짐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말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이 최고의 날입니다. 보고 싶은 님을 만나는 날이라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