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옷깃만 스치는 데 500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겁은 가로, 세로 80리에 높이가 20리나 되는 크기의 바위가 천인(天人)의 옷깃에 스쳐 닳아서 없어지는 세월을 말한다고 합니다.
현대인은 스포츠나 카톡 또는 카페 그리고 각종 스포츠 모임을 통해서 만납니다. 옷깃을 스치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아마도 필연에 의해서 서로 만납니다. 더구나 고희를 넘어 만나는 인연은 더욱 고귀하고 소중합니다. 물론 고희가 되지 않은 분도 이 글을 읽을 것이나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얼마되지 않아 고희를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삶 동안 서로 돕고 의지하며 나눔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동반자이자 반려자로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귀중한 만남을 아가페적 사랑으로 승화시키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세대는 일제 침략과 한국 전쟁을 비롯해서 4.19학생 의거, 5.16쿠데타, 광주 사태 등 숱한 격변을 보고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한 시대을 함께 사는 우리는 지금 핵문제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는 더 힘든 과제를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념적 갈등과 정치적 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만이라도 귀중한 인연을 되새기며 '참된 사랑의 지붕' 아래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2019년 4월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